간헐적 고장은 고장 난 시간이 짧고 정상으로 보이는 시간이 길어서 찾기 어렵습니다. 점검하려고 커넥터를 만지거나 전원을 껐다 켜는 순간 접촉·온도·제어 상태가 바뀌어 증거가 사라지기도 합니다. 게다가 같은 ‘순간 정지’라도 전원강하, 센서 신호 단절, 밸브 고착, 보호 로직과 기계적 걸림 등 원인이 서로 다르므로, 부품보다 먼저 고장이 나타난 조건과 직전 순간을 잡아야 합니다.
멀쩡한 시간이 길다는 것이 핵심 난점이다
계속 발생하는 고장은 정상 장비와 비교하고 입력에서 출력까지 따라가면 어느 지점에서 신호나 에너지가 끊기는지 볼 수 있습니다. 간헐 고장은 측정기를 연결했을 때 이미 정상으로 돌아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루에 한 번 20밀리초 동안 끊기는 신호를 1초 간격으로 기록한다면, 장비를 오래 연결해도 그 순간을 건너뛸 가능성이 큽니다.
점검행위가 조건을 바꾸는 문제도 있습니다. 단자를 뺐다가 다시 꽂으면 산화막이 긁히고 접촉압력이 달라집니다. 커버를 열면 내부 온도가 내려가며, 전원을 재투입하면 메모리 상태와 보호 타이머가 초기화됩니다. 케이블을 정리하거나 장비를 이동한 뒤 증상이 사라졌다면 수리가 끝난 것이 아니라 고장을 일으키던 조건을 우연히 없앴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간헐 고장 진단의 첫 목표는 ‘지금 고장 부품을 찾는 것’이 아니라 ‘다음 발생 때 무엇을 남길 것인가’를 정하는 것입니다. 재현되지 않는 상태에서 무작정 부품을 바꾸면 원래 결함이 남아 있는지, 새 부품이 효과가 있었는지 구분할 방법도 함께 사라집니다.
리셋하기 전에 현장 상태부터 보존한다
작업자가 가장 먼저 누르는 리셋 버튼이 가장 좋은 단서를 지울 수 있습니다. 안전상 즉시 정지가 필요한 상황을 제외하면, 제조사 절차와 권한 범위 안에서 다음 자료를 먼저 보존합니다.
- 최초 증상과 발생시각: “안 됨”이 아니라 어느 명령 뒤 어떤 출력이 먼저 사라졌는지
- 제어기 자료: 활성·이력 오류코드, 이벤트 로그, 경보 순서, 가능하면 프리즈 프레임
- 실제 상태: 표시등, 밸브·접촉기 위치, 게이지와 계기값, 화면 메시지의 원문
- 운전 조건: 부하, 속도, 압력, 온도, 작동모드, 기동 후 경과시간
- 최근 변경: 정비·세척·소프트웨어·설정·배선 이동·소모품 교환과 그 시각
- 현장 환경: 주변 진동원, 습기와 결로, 문 개폐, 교대·작업·전원 사용 패턴
시계가 맞지 않으면 자료가 있어도 순서를 연결하기 어렵습니다. PLC, 드라이브, 별도 로거, 카메라와 운전일지의 시간이 몇 초씩 어긋날 수 있으므로 조사 시작 때 시계 오차를 기록하거나 공통 기준시각에 맞춥니다. 제어기 이벤트 10:14:32.418과 전원로거 사건 10:14:32.401처럼 17밀리초 차이를 비교하려면 두 장비의 동기오차와 기록 지연이 그 차이보다 충분히 작다는 확인이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숫자의 자릿수가 많아도 선후관계는 미정입니다.
고장의 ‘조건 지문’을 만든다
간헐 고장은 원인 목록보다 발생 조건의 조합을 찾을 때 빨리 좁혀집니다. 이를 고장의 조건 지문이라고 생각하면 좋습니다. 한 건의 정비기록에 증상만 쓰지 말고 다음 축을 같은 표에 놓습니다.
| 조건 축 | 기록할 예시 | 좁혀지는 후보 |
|---|---|---|
| 시간 | 기동 직후, 40분 후, 특정 교대 | 열평형, 타이머, 반복 작업 |
| 부하 | 무부하, 가속, 최대 부하 근처 | 전원강하, 압력·토크 부족 |
| 환경 | 저온, 고온, 결로, 특정 진동 | 접촉저항, 센서·커넥터, 팽창 |
| 자세·위치 | 축 위치, 케이블 굽힘, 이동 전후 | 단선, 간섭, 기계적 걸림 |
| 운전모드 | 자동만, 수동만, 특정 레시피 | 로직·통신·인터록 |
| 정비이력 | 세척·교환·설정 변경 직후 | 오조립, 수분, 설정 불일치 |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고장이 난 조건뿐 아니라 나지 않은 조건도 적는 것입니다. 비가 온 날에 멈췄다는 기록만으로 수분을 원인으로 볼 수는 없습니다. 비가 왔지만 정상인 날, 건조하지만 멈춘 날까지 모으면 습도 가설의 설명력이 보입니다. 이 ‘음성 증거’는 그럴듯한 이야기 하나에 매달리는 것을 막아 줍니다.
조건 지문은 작업자 진술을 탓하기 위한 양식이 아닙니다. “가끔 멈춘다”를 기동 후 경과시간·부하·온도·명령 단계로 번역해 계측 위치와 재현시험을 정하는 도구입니다. 증상 발생 빈도가 낮을수록 한 번의 상세 기록 가치가 커집니다.
기록장비는 고장 지속시간에 맞춰 고른다
장기간 연결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데이터로거가 정답은 아닙니다. 예상 고장이 수 시간에 걸친 온도 상승이라면 느린 로거가 적합하지만, 접촉 불량으로 수 밀리초 동안 전원이 끊긴다면 더 빠른 샘플링과 이벤트 포착이 필요합니다. 반대로 오실로스코프를 한 번 트리거해 놓았다고 며칠 동안 빈틈없는 기록이 자동으로 보장되는 것도 아닙니다.
장비를 고를 때는 네 가지를 먼저 정합니다.
- 잡으려는 현상의 예상 지속시간과 필요한 센서 응답속도
- 사건 전후를 보려면 필요한 프리트리거·포스트트리거 길이
- 저장공간이 찼을 때 덮어쓰는지 멈추는지, 데이터 손실 경보가 있는지
- 측정기 연결이 회로와 통신에 부하를 주거나 안전등급을 벗어나지 않는지
실무적으로 유용한 구성은 순환 버퍼입니다. 평소에는 최근 몇 초 또는 몇 분을 계속 덮어쓰다가 경보·전압강하·속도이탈 같은 사건이 생기면 앞뒤 구간을 보존합니다. 사건 뒤의 정지값만 남기는 일반 경보 로그와 달리, 고장 직전에 무엇이 먼저 흔들렸는지 볼 수 있습니다.
측정 신호도 결과값 하나로 끝내지 않습니다. 모터가 멈춘다면 속도와 함께 전원전압·전류, 운전명령, 인터록, 드라이브 상태를 같은 시간축에 둡니다. 유압 액추에이터라면 명령, 밸브 코일 전류, 공급·작업포트 압력, 가능하면 유량과 위치를 함께 봅니다. 결과 신호만 기록하면 “멈췄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할 뿐 원인이 앞단인지 부하단인지 나누기 어렵습니다.
타임라인은 고장시각에서 거꾸로 만든다
자료가 모이면 고장 발생시각을 0초로 놓고 거꾸로 배열합니다. 예를 들어 -800ms에 24V 전원이 떨어지고, -760ms에 센서 통신이 끊기며, -500ms에 제어기가 출력을 해제하고, 0ms에 축이 멈췄다면 ‘축 정지’는 결과에 가깝습니다. 반대로 전원과 명령은 유지됐는데 위치가 먼저 정체되고 전류가 오른다면 기계적 저항이나 구동계 쪽 가설이 강해집니다.
다만 같은 시각에 변한 두 값이 곧 원인과 결과라는 뜻은 아닙니다. 둘 다 제3의 사건에 반응했을 수 있고, 센서와 로그의 지연시간도 다릅니다. 타임라인은 후보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도구이지 단독 판결문이 아닙니다. 장비별 타임스탬프 정밀도와 신호 처리 지연을 함께 적어야 합니다.
로그가 너무 많다면 모든 변수를 한눈에 겹치기보다 에너지와 명령의 흐름에 따라 묶습니다. 공급전원·압력, 제어 명령·인터록, 액추에이터 입력, 실제 움직임·부하, 보호반응의 다섯 층으로 나누면 최초 이탈 지점을 찾기 쉽습니다.
재현시험은 ‘한 번에 한 조건’만 바꾼다
열, 냉각, 진동, 케이블 자세나 부하를 바꿔 보는 자극시험은 간헐 고장을 짧은 시간 안에 드러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무작정 살아 있는 배선을 잡아당기거나 안전센서를 우회하는 방식은 위험하고 결함을 악화시킵니다. 장비의 허용 온도·진동·부하 범위와 제조사 시험 절차 안에서 변화량과 중단조건을 정한 뒤 실시해야 합니다.
가동 상태가 필요하지 않은 점검은 전기·유압·공압·중력 등 위험에너지를 사업장 잠금·표지 절차로 격리하고, 잔류에너지 해소와 무에너지 확인 뒤 수행합니다. 전원 또는 압력을 인가해야만 포착할 수 있는 시험은 승인된 시험계획과 위험성 평가, 접근 통제, 적정 정격 계측기·보호구·원격 계측, 비상정지 조건 아래 자격자가 수행해야 합니다. 진단 편의를 위한 안전회로 우회는 하지 않으며 적용 법규와 제조사 절차가 최우선입니다.
한 번에 여러 커넥터를 다시 꽂고 부품과 설정까지 바꾸면 증상은 사라질 수 있지만 무엇이 효과였는지 알 수 없습니다. 시험 하나마다 가설, 바꿀 변수, 기대되는 관찰값과 중단조건을 미리 씁니다. 결과가 예상과 다르면 그것도 후보를 줄이는 증거입니다.
교환시험을 한다면 ‘부품’과 ‘위치’를 분리해 표로 남깁니다. 동일한 두 채널 A와 B가 있을 때 의심 부품을 바꿔 다음과 같이 해석할 수 있습니다.
- 고장이 부품을 따라 A에서 B로 이동: 부품 또는 부품에 붙은 짧은 하네스 가능성 증가
- 고장이 A 위치에 남음: 배선, 커넥터, 전원, 입력채널, 기계적 설치환경 가능성 증가
- 둘 다 정상: 발생 조건이 사라졌거나 교환 과정에서 접촉상태가 바뀌었을 가능성
- 두 곳 모두 이상: 공통 전원·통신·환경 또는 교환 과정의 영향 확인
이 표는 곧바로 확정 판정이 아닙니다. 교환 가능한 동일 사양인지, 설정과 보정값을 함께 옮겨야 하는지, 안전 관련 부품의 교환시험이 허용되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흔히 시간을 잃는 진단 방식
오류코드에 적힌 부품부터 교체한다
오류코드는 대개 제어기가 관찰한 비정상 신호나 조건을 가리킵니다. ‘센서 신호 낮음’은 센서 자체뿐 아니라 단선, 접촉저항, 기준전압, 접지, 전원강하와 제어기 입력에서 생길 수 있습니다. 코드명과 부품명을 같은 것으로 보면 부품을 바꾸고도 재발합니다.
재현되지 않았으니 정상이라고 판정한다
평균 일주일에 한 번 발생하던 고장을 20분 시험해 보지 못한 것은 약한 증거입니다. 검증 결과에는 운전시간뿐 아니라 기동 횟수, 열사이클, 부하 노출과 원래 발생률을 적습니다. 관찰 창이 짧다면 “이상 없음”보다 “해당 조건과 관찰시간에서는 재현되지 않음”이 정확합니다.
로그를 많이 모으면 언젠가 답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샘플링이 느리거나 시계가 맞지 않거나 필요한 앞단 신호가 없으면 파일 크기만 커집니다. 반대로 너무 빠른 기록은 저장공간을 빨리 덮어쓰고 검토를 어렵게 합니다. 먼저 가설과 필요한 시간해상도를 정하고, 저속 추세와 고속 이벤트 기록을 나눠 운용하는 편이 낫습니다.
최근에 바꾼 부품은 새것이므로 제외한다
새 부품도 규격·설정 오류, 커넥터 삽입 불량, 운송 손상이나 주변 원인 때문에 같은 증상을 보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최근 작업이 항상 원인이라는 뜻도 아닙니다. 변경시각과 첫 발생시각이 맞는지 확인한 뒤 가설로 다룹니다.
수리 검증은 원래 고장 조건을 다시 통과해야 한다
커넥터를 다시 꽂은 뒤 한 번 정상 작동했다고 끝내면 간헐 고장의 긴 정상 구간을 수리 효과로 오해할 수 있습니다. 수리 전 조건 지문에서 고장이 자주 나타났던 온도, 부하, 진동, 자세, 운전시간과 기동횟수를 가능한 범위에서 다시 노출합니다. 동일한 계측을 유지해 원래 선행 신호가 사라졌는지도 확인합니다.
검증 기준은 “오늘 멈추지 않았다”보다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원래 10회의 열사이클 중 여러 번 발생했다면 수리 후 충분한 열사이클과 실제 운전시간을 기록하고, 사건 카운터와 전원·신호의 최소값이 안정됐는지 확인합니다. 요구되는 검증 강도는 장비 위험도와 제조사 절차가 우선이며, 안전기능은 임의 반복시험으로 검증하지 않습니다.
간헐 고장은 운이 좋아야 만나는 고장이 아닙니다. 상태를 지우기 전에 보존하고, 발생 조건을 지문처럼 구조화하며, 고장 지속시간에 맞는 계측으로 직전 순간을 확보하면 ‘가끔’이라는 말을 시험 가능한 가설로 바꿀 수 있습니다. 부품 교환은 그 뒤에 해야 원인을 고쳤는지까지 증명할 수 있습니다.
참고 자료
- NASA Open Data: On-line Intermittent Connector Anomaly Detection
- NASA Lessons Learned 784: Intermittent Electrical Connections
- IBM: Troubleshooting a problem
- IBM: General intermittent problem checklist
- Fluke: Capturing intermittent and random events
- Tektronix: Oscilloscope data logging
- OSHA 1910.147: The control of hazardous energy
- OSHA 1910.333: Selection and use of electrical work practi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