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속 기어비가 커지면 같은 치면 힘이 더 긴 반지름에서 작용해 출력 토크가 커지고, 맞물린 기어의 접선속도는 같아야 하므로 출력 회전속도는 낮아집니다. 대신 에너지가 공짜로 늘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이상적인 기어에서 토크 × 회전속도인 동력은 그대로이고, 실제 장치에서는 마찰과 오일 교반 손실만큼 출력이 더 줄어듭니다.
먼저 ‘기어비’의 방향부터 정해야 한다
기어비라는 말은 자료마다 분자와 분모가 뒤집혀 혼란을 만듭니다. 이 글에서는 감속비를 다음처럼 정의하겠습니다.
감속비 i = 입력 회전속도 / 출력 회전속도 = 출력기어 잇수 / 입력기어 잇수
입력기어가 20개 이, 출력기어가 80개 이라면 감속비는 4:1입니다. 입력기어가 네 바퀴 도는 동안 출력기어는 한 바퀴 돕니다. “기어비가 커진다”는 말은 여기서는 감속비가 커진다는 뜻입니다. 제조사 표나 자동차의 변속비를 읽을 때는 이 정의가 같은지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맞물리는 자리에서는 두 기어의 이동거리가 같다
기어를 단순한 톱니 원판이 아니라 피치원 두 개가 미끄러지지 않고 굴러간다고 생각하면 관계가 선명해집니다. 두 기어가 맞닿는 피치점에서 한쪽이 10 mm를 이동시키면 다른 쪽도 같은 시간에 10 mm를 따라가야 합니다. 그런데 큰 원은 둘레가 더 길기 때문에 같은 10 mm를 이동해도 회전한 각도는 작습니다.
그래서 작은 입력기어가 빠르게 여러 바퀴 도는 동안 큰 출력기어는 천천히 한 바퀴를 돕니다. 중간에 아이들러 기어를 하나 더 넣으면 회전 방향이나 축 배치는 바뀔 수 있지만, 단순 기어열의 전체 속도비는 처음과 마지막 기어의 잇수 관계로 결정됩니다.
같은 치면 힘이 큰 반지름에 걸리면 토크가 커진다
토크는 힘에 회전축까지의 수직거리, 즉 팔 길이를 곱한 값입니다.
토크 T = 접선방향 힘 Ft × 피치반지름 r
맞물린 두 기어에는 크기가 같은 접선방향 힘이 반대 방향으로 작용합니다. 작은 기어의 피치반지름이 25 mm이고 큰 기어가 100 mm라면, 큰 기어에서는 같은 치면 힘이 네 배 긴 팔에 작용합니다. 따라서 이상적인 출력 토크도 입력 토크의 네 배가 됩니다. 긴 렌치를 쓰면 같은 손힘으로 더 큰 토크를 만드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여기서 일상어의 “힘이 세진다”는 표현을 정확히 바꾸면 “축에서 사용할 수 있는 토크가 커진다”입니다. 바퀴나 드럼 가장자리의 실제 직선 힘은 다시 출력 토크 ÷ 유효반지름으로 계산합니다. 같은 출력 토크라도 타이어 반지름이 커지면 노면에 전달되는 구동력은 작아질 수 있습니다.
4:1 감속기의 숫자를 동력으로 확인해 보자
입력축이 1,200 rpm에서 40 N·m를 낸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손실이 없는 4:1 감속기라면 출력은 다음과 같습니다.
- 출력속도: 1,200 ÷ 4 = 300 rpm
- 출력토크: 40 × 4 = 160 N·m
입력에서는 40 N·m × 1,200 rpm, 출력에서는 160 N·m × 300 rpm으로 토크와 속도의 곱이 같습니다. 단위를 각속도로 바꾸면 두 쪽 동력이 같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실제 효율이 해당 운전점에서 90%라면 출력토크는 단순화해 약 40 × 4 × 0.9 = 144 N·m로 봅니다. 사라진 10%는 주로 치면 마찰, 베어링·씰, 윤활유 교반을 거쳐 열이 됩니다. 효율은 기어 종류와 속도, 하중, 오일 점도와 온도에 따라 달라지므로 명판의 최대 효율 하나를 모든 운전점에 적용해서는 안 됩니다.
큰 기어비가 모터를 편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이유
감속기는 토크만 바꾸는 장치가 아닙니다. 출력측의 무거운 롤러나 로봇 팔이 가진 관성은 모터측에서 대략 기어비의 제곱으로 나뉘어 보입니다. 4:1 감속이라면 출력 관성의 영향이 이상적으로 모터축에 1/16 수준으로 환산됩니다. 그래서 작은 모터도 큰 부하를 비교적 안정적으로 가속·감속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어비를 계속 키운다고 가속시간이 무한히 짧아지지는 않습니다. 출력 최고속도가 낮아지고, 기어 자체 관성과 마찰이 더해지며, 모터가 효율이 낮은 회전영역에서 일할 수도 있습니다. 부하 관성과 모터 관성의 조합에는 목적에 맞는 범위가 있습니다. 위치제어 장치라면 백래시와 비틀림 강성까지 함께 봐야 합니다.
‘토크가 네 배면 아무 부하나 돌린다’는 오해
계산상 출력 토크가 커져도 기어박스가 그 토크를 견딘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작은 입력 피니언의 이뿌리 굽힘응력, 치면 접촉응력, 축과 키, 베어링, 하우징이 먼저 한계에 닿을 수 있습니다. 제조사가 제시하는 정격 출력토크, 순간 최대토크, 서비스 팩터와 열용량을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컨베이어처럼 저속에서 오래 큰 토크를 쓰는 장치는 모터 전류만 보지 말고 기어박스 온도도 봐야 합니다. 낮은 출력속도에서는 하우징의 팬 냉각이 약해지거나 오일 순환 조건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계산상 토크 여유가 있어도 손실열을 방출하지 못하면 연속 운전 정격을 넘을 수 있습니다.
웜기어는 큰 감속비를 한 단계에서 만들기 좋지만 치면의 상대 미끄럼이 커서 효율과 발열이 평기어·헬리컬기어와 크게 다를 수 있습니다. 어떤 조건에서는 역구동이 어렵지만, 이를 사람을 지탱하는 안전 브레이크로 당연시해서도 안 됩니다. 윤활, 진동, 마모와 외력이 바뀌면 역구동 특성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현장에서 기어비를 확인할 때는 무부하 회전수만 재지 않는다
기어박스 명판이 지워졌다면 입력축과 출력축에 기준선을 표시하고, 전원을 차단·격리한 안전한 상태에서 입력을 여러 바퀴 천천히 돌려 출력 회전수를 세는 방법이 있습니다. 백래시 때문에 한 바퀴만 재면 오차가 크므로 여러 회전의 평균을 쓰는 편이 낫습니다. 다단·유성기어, 차동장치나 브레이크가 포함된 장치는 어떤 부재가 고정됐는지에 따라 비가 달라지므로 제조사 도면이 우선입니다.
선정할 때는 “필요 토크를 기어비로 나눈 값이 모터 토크보다 작은가”에서 멈추지 말고 다음을 한 묶음으로 봅니다.
- 필요한 출력속도와 가감속 시간
- 연속·피크 출력토크와 충격 서비스 팩터
- 해당 속도·온도에서의 효율과 허용 열용량
- 부하 관성의 모터측 환산값
- 축·키·커플링과 베어링의 허용하중
이 순서로 보면 큰 기어비를 단순한 ‘힘 증폭 버튼’으로 고르는 실수를 줄일 수 있습니다. 기어는 힘을 만들어 내는 장치가 아니라, 제한된 동력을 작업에 맞는 토크와 속도의 형태로 바꾸는 장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