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링은 마찰을 어떻게 줄일까? 구름과 미끄럼의 차이

구름베어링은 회전축과 고정 하우징이 넓은 면으로 서로 미끄러지는 대신, 그 사이에 볼이나 롤러를 넣어 상대운동의 대부분을 구름으로 바꿉니다. 접촉부가 계속 새 자리로 이동하므로 큰 면을 끌고 가는 미끄럼보다 에너지 손실과 마모를 줄일 수 있습니다. 다만 실제 베어링 안에는 탄성변형, 미세미끄럼, 윤활유 교반과 씰 마찰이 남기 때문에 ‘구름마찰은 0’이라고 보면 안 됩니다.

미끄럼은 같은 표면끼리 계속 비비고, 구름은 접촉점이 바뀐다

바닥에 무거운 상자를 끌면 상자 밑면과 바닥의 미세 돌기가 서로 걸리고 눌리며 계속 전단됩니다. 윤활이 부족하면 접착과 마모도 커집니다. 반면 상자 밑에 롤러를 놓으면 각 롤러는 앞쪽에서 바닥에 닿아 하중을 받고, 뒤쪽에서 떨어집니다. 표면 전체를 같은 방향으로 끌고 가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차이입니다.

구름베어링에서는 내륜과 외륜 사이를 볼 또는 롤러가 돕니다. 축에 걸린 방사하중이나 스러스트하중은 작은 접촉영역을 통해 궤도륜으로 전달됩니다. 볼·롤러가 하중을 나눠 받기 때문에 축이 하우징 구멍에 직접 문지르는 상태보다 낮은 마찰로 위치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접촉은 수학 교과서의 한 점이나 한 선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강철도 하중을 받으면 탄성변형합니다. 볼의 점접촉은 작은 타원 면적으로, 롤러의 선접촉은 폭을 가진 면적으로 퍼집니다. 이 변형 덕분에 응력을 분산하지만, 눌렸다가 돌아오는 과정의 히스테리시스가 작은 구름저항을 만듭니다.

베어링 안의 윤활유는 미끄러움을 더하는 액체만이 아니다

회전하는 접촉부에서는 윤활유가 입구로 끌려 들어가 압력을 받으며 얇은 막을 만듭니다. 탄성유체윤활, 즉 EHL 조건이 형성되면 궤도륜과 전동체 표면이 대부분 분리돼 직접 금속접촉과 마모를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이 막은 접촉 피로수명과 발열을 좌우하는 핵심입니다.

그렇다고 점도가 높을수록 항상 좋은 것은 아닙니다. 너무 끈적한 오일이나 과도한 그리스는 전동체가 윤활제를 밀어내고 휘젓는 저항을 키웁니다. 씰이 있는 베어링에서는 씰 립과 회전 링 사이의 미끄럼마찰도 더해집니다. 무부하로 손에 돌렸을 때 밀봉 베어링이 빨리 멈춘다는 이유만으로 불량이라 판단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반대 조건도 문제입니다. 점도가 너무 낮거나 속도가 매우 느리고 하중이 크면 충분한 유막이 생기지 않아 표면 돌기가 맞닿는 혼합윤활 영역으로 들어갑니다. 급가속·급감속이나 지나치게 작은 하중에서는 전동체가 궤도륜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미끄러지는 스키딩이 생길 수 있습니다.

‘구름베어링’ 내부에도 미끄럼이 있다

볼이 궤도륜을 도는 동안 접촉 타원의 모든 지점이 완전히 같은 속도로 움직일 수는 없습니다. 접촉부의 탄성변형과 곡률 차이 때문에 미세미끄럼이 생깁니다. 테이퍼 롤러와 구면 롤러에서는 안내 플랜지 접촉과 롤러 끝면에서도 미끄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케이지와 전동체 접촉 역시 순수 구름이 아닙니다.

따라서 베어링 마찰은 하나의 마찰계수로 설명하기보다 다음 손실의 합으로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 궤도륜과 전동체의 구름저항
  • 접촉부의 미세미끄럼과 플랜지·케이지 미끄럼
  • 윤활유를 끌어들이고 밀어내는 교반·점성 저항
  • 접촉식 씰의 마찰

이 손실들이 만든 마찰모멘트에 회전 각속도를 곱하면 열로 바뀌는 동력이 됩니다. 같은 마찰모멘트라도 회전수가 올라가면 발열동력은 커질 수 있습니다.

볼베어링과 롤러베어링은 ‘좋고 나쁨’이 아니라 접촉 전략이 다르다

볼은 하중을 받을 때 비교적 작은 타원 접촉을 만듭니다. 구름저항이 낮고 고속에 유리하지만 같은 크기의 롤러베어링보다 하중용량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롤러는 더 넓은 선접촉을 이용해 큰 하중을 나눠 받지만 접촉과 내부 미끄럼, 회전 한계가 달라집니다.

따라서 “마찰이 작으니 무조건 볼베어링”도, “튼튼하니 무조건 롤러베어링”도 맞지 않습니다. 하중 방향, 축의 처짐과 정렬오차, 요구 수명, 회전속도, 설치 공간과 윤활방식을 함께 봐야 합니다. 자동조심 베어링은 정렬오차에 유리하지만 모든 축방향 하중과 고속 조건에 같은 답은 아닙니다.

미끄럼베어링도 열등한 옛 방식으로 볼 수 없습니다. 축과 베어링 사이에 완전한 유체막이 형성되는 동압 저널베어링은 큰 하중을 넓은 면에 분산하고 충격과 진동을 잘 흡수할 수 있습니다. 고속 터보기계나 엔진처럼 오일 공급이 확실한 장치에서는 매우 적합합니다. 다만 기동·정지 때 유막이 약해지는 조건과 오일 공급 계통을 설계해야 합니다.

베어링 온도가 높을 때 ‘베어링 불량’부터 선언하지 않는다

베어링 하우징이 뜨거우면 손상된 베어링을 의심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원인은 과다 그리스, 지나치게 높은 오일 점도, 접촉식 씰, 과도한 예압, 축 정렬불량, 너무 빡빡한 끼워맞춤, 외부 열전달일 수도 있습니다. 새로 그리스를 주입한 직후 일시적으로 교반온도가 올라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절대온도 하나보다 같은 구조의 반대편 베어링과의 차이, 시간에 따른 상승률, 부하와 회전수의 변화를 함께 기록하는 편이 유용합니다. 단, 좌우 하중과 냉각조건이 같다는 전제가 있어야 합니다. 적외선 온도계는 표면 재질과 측정각에 영향을 받으므로 매번 같은 위치에 표식을 두고 추세를 비교해야 합니다.

현장에서 적용하기 좋은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운전 회전수·부하·주변온도를 함께 기록한다.
  2. 최근 그리스 종류·주입량, 오일 레벨과 씰 교환 이력을 확인한다.
  3. 축정렬, 벨트·커플링 하중과 하우징 체결 상태를 확인한다.
  4. 온도뿐 아니라 진동 스펙트럼, 소음과 윤활유 입자를 비교한다.
  5. 분해 후에는 손상 위치와 하중대를 사진으로 남기고 ISO 15243 분류와 대조한다.

손으로 축을 돌려 “부드럽다”는 감각만 기록하는 것보다, 같은 조건에서 정지까지 걸리는 시간이나 구동 모터 전력의 변화를 추세화하는 방법도 좋습니다. 다만 씰과 그리스 온도, 벨트 장력까지 조건을 통제해야 비교값에 의미가 생깁니다.

마찰을 줄이는 핵심은 베어링 하나가 아니라 운전조건의 조합이다

구름베어링의 아이디어는 넓은 미끄럼을 작은 구름접촉으로 바꾸는 데 있습니다. 그러나 낮은 마찰은 올바른 형식, 적정 하중, 맞는 끼워맞춤과 정렬, 필요한 만큼의 윤활이 함께 맞을 때 얻어집니다. 그리스가 많거나 예압이 세면 “좋은 베어링”도 뜨거워질 수 있고, 하중이 너무 작아도 전동체 미끄럼이 생길 수 있습니다.

베어링을 볼 때 “구르는가, 미끄러지는가”를 둘 중 하나로 고르기보다 어느 접촉에서 어떤 비율로 두 운동이 섞이는지를 생각하면 진단이 달라집니다. 온도만 낮추려고 묽은 오일로 바꾸거나, 소리가 난다고 그리스를 계속 추가하는 대신 하중·속도·유막·씰을 한 시스템으로 확인하게 됩니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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